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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부터 가십니까? 저는 50대 중반까지 살면서 보약도, 건강식품도 단 한 번도 챙겨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꿀만큼은 꾸준히 먹어왔습니다. 그냥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 방식으로요. 그 덕인지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나름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꿀이 왜 이렇게 몸에 와닿는지, 직접 먹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봤습니다.

     

    꿀이 몸에 좋은 이유

    꿀을 오래 먹어왔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달고 맛있으니까 먹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꿀에는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이 고루 들어 있고,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약초를 법제할 때 꿀을 함께 쓸 만큼 그 효능을 높이 평가해왔습니다.

    특히 주목할 성분이 플라보노이드(Flavonoid)입니다. 플라보노이드란 식물이 자외선과 외부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항산화 물질로, 꿀에도 이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 꿀을 섭취한 감기 환자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환자보다 기침 빈도가 더 많이 개선되었고, 감기 증상도 하루에서 이틀 정도 빠르게 완화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항히스타민제란 알레르기 반응이나 감기 증상을 억제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약물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아카시아꿀에서 아브시스산(Abscisic Acid)이라는 성분을 발견했는데, 이 성분이 헬리코박터균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아브시스산이란 원래 식물의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꿀에서도 위 점막 보호와 관련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국내산 아카시아꿀 1kg에는 이 성분이 24mg이나 들어 있어, 티스푼 1/4 정도만 먹어도 위장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꿀물은 한국 음료 문화의 기원이기도 합니다. 꿀물에 송화가루를 탄 송화밀수, 찹쌀 미숫가루를 탄 찹쌀 미시 모두 꿀물에서 출발했으니,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꿀을 일상에 깊이 들여놨는지 새삼 느껴집니다.

    감기 및 숙취해소엔 꿀물 

    저는 감기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약부터 찾지 않습니다. 생강청에 꿀을 섞어서 따끈하게 차로 마십니다. 제가 먹어본 바로는, 감기약을 먹었을 때보다 오히려 몸이 더 빨리 회복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생강에는 강력한 항염·항균 작용을 하는 진저롤(Gingerol)이 들어 있습니다. 진저롤이란 생강의 매운맛을 내는 주성분으로, 기관지 점막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꿀과 생강을 함께 쓰는 이른바 강밀(薑蜜) 처방은 오래된 의서에도 기록되어 있을 만큼 역사가 깁니다.

    기침이 오래 가거나 목이 간질간질할 때는 꿀에 도라지를 함께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도라지의 주요 성분인 사포닌(Saponin)은 기관지 점막에서 뮤신 분비를 조절해 가래를 배출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합니다. 사포닌이란 식물에서 발견되는 배당체 화합물로, 기관지 평활근을 활성화하고 점액 생성을 조절해 호흡기 건강에 기여하는 성분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숙취 해소 효과도 제가 몸으로 확인한 부분입니다. 과음을 자주 하는 편인데, 자기 전에 꿀물을 한 잔 마시고 자느냐, 그냥 자느냐에 따라 다음 날 아침이 확연히 다릅니다. 꿀물을 마신 날은 개운하게 일어나고, 안 마신 날은 머리가 무겁고 손이 떨리는 느낌이 납니다. 이게 꿀에 들어 있는 포도당과 과당 덕분입니다. 과음 후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데, 꿀의 단당류가 이를 빠르게 보충해주는 원리입니다.

    꿀물이 도움이 되는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감기 초기나 목이 간질간질할 때 생강청과 함께
    • 기침이 오래 갈 때 도라지청과 함께
    • 과음 다음 날 아침에 물 대신 꿀물 한 잔
    •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불편할 때 위장 회복 목적으로

    주의사항, 그리고 조심해야 할 사람

    꿀을 오래 먹어오면서 한 가지 뒤늦게 알게 된 게 있습니다. 바로 탄소동위원소비(C4식물 혼입 여부 검사)라는 항목입니다. 탄소동위원소비란 꿀에 옥수수 시럽 같은 C4 식물 유래 당이 섞였는지를 확인하는 검사 지표로, 간단히 말해 꿀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수단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동안 먹어온 꿀통을 다시 꺼내 살펴봤더니, 이 표기가 아무리 찾아도 없었습니다. 확인해보니 현재 국내에서는 의무 표기 사항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브랜드만 믿고 샀던 터라 솔직히 좀 찜찜했습니다.

    맛으로 따지면 밤꿀이 가장 풍미가 깊고 특이한데, 특유의 떫은맛이 있고 가격도 높은 편입니다. 야생화꿀은 깔끔하지만 개성이 없습니다. 저는 결국 잡화꿀을 자주 구매하게 됩니다. 가격 대비 맛과 효능이 균형 잡혀 있어서입니다.

    꿀이 좋다고 해서 누구나 마음껏 먹어도 되는 건 아닙니다.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 꿀에 포함된 보툴리누스균 포자를 처리할 소화 기능이 아직 미성숙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절대 금지입니다.
    •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분: 꿀에 화분이 소량 포함될 수 있어 두드러기, 부종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당뇨가 있는 분: 꿀의 과당 성분은 단기적으로 혈당을 크게 올리지는 않지만, 과다 섭취 시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고혈당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꿀이 설탕보다 낫다고 알려져 있지만, 당뇨 환자라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 후 섭취량을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첨가당 섭취를 하루 총 열량의 10%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건강 효과를 위해서는 5% 미만을 제안합니다(출처: WHO). 꿀도 결국 당류인 만큼, 좋다고 과하게 먹을 이유는 없습니다.

    꿀을 특별한 건강식품처럼 대단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오래된 지혜를 일상에서 조용히 활용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감기 기운이 돌 때, 술을 좀 마신 날 자기 전에, 속이 영 좋지 않은 아침에, 숟가락으로 하나 떠서 먹거나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그렇게 50대 중반을 큰 병 없이 지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할 생각입니다. 구매할 때는 탄소동위원소비 표기 여부 정도는 한 번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섭취 전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T2oLKXOv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