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해운대 깊이 보기 : 연희의 붉은 리본, 김휘의 경고, 형식의 구조 로프

재난영화에서 바다가 무서운 이유는 높이 솟아오른 파도가 무엇이든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2009)가 보여주는 더 불편한 진실은 파도가 도착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지 못하는 남자, 위험을 알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학자, 딸에게 자신의 정체를 말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같은 해변에 모인다. 이 영화에서 쓰나미는 관계를 깨뜨리기 위해 처음 등장한 힘이 아니라, 이미 미뤄 두었던 말들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만드는 마지막 시한처럼 다가온다.해운대 토박이 최만식(설경구)은 2004년 인도양의 쓰나미 속에서 강연희(하지원)의 아버지를 잃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지질학자 김휘(박중훈)는 동해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구조대원 ..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6. 22:10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리뷰 : 진태의 무공훈장, 영신의 누명, 진석의 구두

전쟁에서 훈장은 용기를 증명하는 표식이다. 그러나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에서 형 진태(장동건)가 훈장에 가까워질수록 동생 진석(원빈)은 형을 점점 알아보지 못한다. 동생을 살리려고 시작한 전투가 정작 동생이 두려워하는 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영화의 비극은 형제가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그 사람의 뜻을 듣지 않게 되는 순간, 사랑조차 폭력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역설이 이 이야기를 움직인다.1950년 서울에서 구두를 닦으며 집안을 돌보던 진태는 동생의 공부와 약혼녀 영신(이은주)과의 결혼을 꿈꾼다. 그러나 피란길에 나선 형제는 대구역에서 강제로 군용열차에 오르고, 충분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낙동강 전선에 투입된다. 전쟁은 두 사람의 ..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6. 21:01
괴물 깊이 보기 : 현서의 전화, 바이러스의 거짓말, 마지막 식탁

괴수영화에서는 괴물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도망친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은 그 익숙한 장면을 한강 둔치에서 보여준 뒤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딸이 살아 있다는 전화를 받은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하는데, 왜 아무도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까? 괴물에게 납치된 현서(고아성)를 찾으려는 강두(송강호) 가족 앞에는 물속의 생명체뿐 아니라 병원, 경찰, 언론이 만들어 놓은 벽이 나타난다. 이 영화의 가장 오래가는 공포는 괴물의 입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말을 증거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의 귀에 있다.강두는 아버지 희봉(변희봉)의 한강 매점에서 일하고, 동생 남일(박해일)은 취업하지 못한 채 지내며, 남주(배두나)는 양궁 선수다. 남들이 보기에는 미덥지 않은 가족이지만 현서가 사라지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6. 19:55
암살 깊이 보기 : 안옥윤의 두 얼굴, 염석진의 재판, 하와이 피스톨의 선택

총을 잘 쏘는 사람은 표적을 정확하게 알아본다. 그러나 최동훈 감독의 《암살》(2015)에서 정말 어려운 일은 총구 앞에 선 사람이 누구인지 분별하는 것이다. 독립군 안옥윤은 친일파 강인국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지만, 그가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임시정부의 신임을 받던 염석진은 일본에 정보를 팔고,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던 하와이 피스톨은 오히려 독립군을 돕는다. 명함과 혈연, 제복만으로 어느 편인지 알 수 없어진다. 《암살》은 적을 겨누는 이야기인 동시에, 누가 자기 편이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다시 판단하는 영화다.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본군 지휘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 사업가 강인국을 암살할 작전을 준비한다.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5. 14:17
도둑들 깊이 보기 : 마카오박의 설계, 팹시의 오해, 예니콜의 줄타기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2012)에는 금고를 여는 사람, 벽을 타는 사람, 손님의 시선을 빼앗는 사람이 따로 있다. 모두 자기 기술만큼은 자신하지만 정작 옆 사람의 마음은 믿지 않는다. 마카오 카지노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의 도둑들이 모이면서 영화는 완벽한 팀플레이를 약속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계획이 구체화될수록 팀원들은 공통의 목표보다 자신만의 탈출로를 먼저 계산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금고를 여는 솜씨가 아니라, 배신당할 가능성을 알면서 잠시 등을 맡기는 일이다.뽀빠이(이정재)가 이끄는 한국 팀에 감옥에서 나온 팹시(김혜수)가 합류하고, 마카오박(김윤석)은 첸(임달화) 일행까지 끌어들인다. 카지노의 작업은 한 편의 정교한 합주처럼 설계되지만, 각자가 ..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5. 13:02
국제시장 깊이 보기 : 꽃분이네 가게, 파독 광부의 노동, 이산가족 찾기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2014)은 한국 현대사를 통과한 한 아버지의 희생을 그린 영화다. 그러나 덕수(황정민)가 떠나보낸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조금 다른 의문이 생긴다. 그는 왜 그렇게 먼 곳까지 다녔으면서도 평생 같은 자리를 지키려 했을까? 독일의 탄광과 베트남의 전쟁터를 오간 남자는 부산 국제시장의 작은 가게만큼은 좀처럼 놓지 않는다. 이 영화의 핵심을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말로만 설명하면 그 고집의 이유를 놓치기 쉽다. 덕수가 지킨 것은 생계수단인 가게만이 아니라, 헤어진 아버지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다.어린 덕수는 1950년 흥남철수 과정에서 여동생 막순을 잃고, 막순을 찾으러 떠난 아버지와도 헤어진다. 아버지가 남긴 가족을 지키라는 당부는 전쟁터를 빠져나온 소..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5. 11:56
이전 1 2 3 4 5 ··· 9 다음
이전 다음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

티스토리툴바

운영자 : 테스형
제작 : 아로스
Copyrights © 2022 All Rights Reserved by (주)아백.

※ 해당 웹사이트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 상품 판매 및 중개의 목적이 아닌 정보만 전달합니다. 또한, 어떠한 지적재산권 또한 침해하지 않고 있음을 명시합니다. 조회, 신청 및 다운로드와 같은 편의 서비스에 관한 내용은 관련 처리기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